'주인의 눈'으로 일을 바라보라

언젠가 함께 일했던 A씨는 착실하고 믿을 만한 부하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정밀하게 점검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빠뜨린 일들이 발견되곤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자연히 그의 업무 능력에 의문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믿음을 갖고 있더라도 한 번 두 번 실수가 반복되다 보면, 언제 믿음을 가졌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다. 그래서 한번은 내가 A씨에 이런 충고를 했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늘지 않습니다. 우선, 주어진 일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그리하면 일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마음먹기와 관련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습관의 문제가 됩니다. 주어진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점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냥 과거에 해오던 대로 반복하는 것 이상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알다시피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일 가운데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의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대부분의 일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머리를 써서 일해야 합니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주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마치 자신이 주도해서 하는 일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수 있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주어진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살펴보면 된다. 만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이라고 하면, 자신이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인지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고객이 마음을 정하고 난 다음에 가게를 방문하기까지를 머리 속에 찬찬히 그려 보면 된다.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무를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일을 맡긴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고용된 자의 눈으로 일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면, 일을 하는 능력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다. 고용된 자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로 생활하다 보면, 아무리 근속 연수가 오래 되더라도 자신을 괜찮은 인재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물을 '주인의 눈'으로 보는가, 아니면 '고용된 자의 눈'으로 보는가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목상의 주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주인의 눈으로 일을 바라보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월이 가면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을 하고 난 다음에 어떤 사람이 자영업을 시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런 경우에는 고용된 자로서 자신이 어떻게 일을 대해 왔느냐가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된다. 습관이란 좀처럼 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이나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이 준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자신의 일을 할 때 크게 마음을 먹고 주인의 눈으로 일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인의 눈으로 일을 바라보게 될 때까지 치러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항상 주인의 눈으로 일을 대하려면, 몇 가지 습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항상 '내가 주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과 같은 질문을 하는 습관이다. 또 하나는, 예리한 관찰력을 다듬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주의 깊게 보고, 신기함과 경외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 감탄할 수 있다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살아 있는 정보는 주로 사람들과 대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심코 듣기보다는 항상 상대방한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자세로 경청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이 또한 스스로 주인의 눈으로 일을 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주인의 눈'으로 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개인의 삶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우선은 사는 게 재미가 있다. 업무를 행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일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삶 자체가 재미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주인의 눈'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량의 강화가 미래의 수익을 담보한다면, 성과의 향상은 현재의 보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주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고용된 자로 살아갈 수도 있다. 이것은 남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다.
< 글 |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